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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2월 24, 2024

얼굴변형시증 환자의 눈에 비친 세상을 시각화하다

Science얼굴변형시증 환자의 눈에 비친 세상을 시각화하다
얼굴인식장애 환자가 관찰한 남성과 여성의 실제 얼굴과 왜곡된 얼굴.
Lancet/A. Mello et al. 제공.

지난 23일 미국 다트머스대 브래드 듀체인 교수 및 연구진은 랜싯(Lancet)에 게재된 연구에서 인간의 얼굴이 왜곡되어 보이는 희귀한 질환인 얼굴변형시증(prosopometamorphopsia)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세상을 시각적으로 나타냈다.

얼굴변형시증(prosopometamorphopsia)은 얼굴을 뜻하는 그리스어 ‘프로소폰'(prosopon)에서 유래되어 물체 형태가 찌그러져 보이는 시력 장애 ‘메타모르포시아'(metamorphosia)와 결합된 합성어다. 1904년 처음 발견된 이후 100건 미만의 사례가 기록된 얼굴변형시증은 대부분의 경우 과소진단되고 다른 질병과 오인되어 왔으며, 종종 신경 질환이 아닌 정신 의학적 상태로 잘못 분류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구체적인 증상은 사례마다 상이하고 얼굴 특징의 모양, 크기, 색상, 위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대략 3년 동안 얼굴변형시증을 앓으며 화면이나 종이로 볼 때는 얼굴이 왜곡 없이 보이지만 직접 볼 때는 왜곡돼 보이는 특이한 증상의 58세의 남자와 협력해 왜곡 현상을 실체화 시키고자 했다. 실시간으로 환자가 얼굴들을 컴퓨터 화면에서 비교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왜곡을 정확하게 반영할 때까지 이미지를 조정하는 세심한 과정을 통해 연구원들은 과장된 특징들과 뚜렷한 홈이 있는 ‘악마 같은’ 형상들을 만들 수 있었다. 실험 결과, 이 남성은 성별에 상관 없이 남성과 여성 모두 얼굴이 크게 왜곡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가 묘사한 남자와 여자의 얼굴들은 입이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당 ‘조커’처럼 귀밑까지 이어져 있고 눈 역시 옆으로 길게 찢어져 있으며, 이마와 뺨에 깊은 주름이 있는 모습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안토니오 멜로(Antônio Mello)는 “보통 얼굴변형시증 환자는 대부분의 것들이 왜곡돼 보이기 때문에 자신이 보는 것이 실제와 얼마나 다르게 왜곡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환자는 화면에서 왜곡되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왜곡된 얼굴이 실제와 얼마나 상이하는지 정확하게 시각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듀체인 교수는 “얼굴변형시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정신과 의사에게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향정신성 약을 먹고 있다고 들었다”며 “환자들이 얼굴 인식 문제를 정신장애로 오해 받을 것을 우려해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얼굴변형시증 환자들이 보는 세상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환자들이 관찰한 왜곡된 얼굴이 나타나는 정확한 과정들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희귀한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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