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는 넷플릭스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거의 동시에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재미뿐만 아니라 다양한 담론을 제공하는데,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에 몰입한 이유는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물가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는 악의적인 세관원이 3억 다이아몬드를 탐욕스럽게 소비하려고 하는데, 이 때 세관원은 말합니다. "너희 3억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알아? 그 돈으로 서울에서 대궐 같은 집 50채를 살 수 있어. 너희들에게도 집 한 채씩 사줄 테니까 그 여자들을 꼭 죽여."
그렇다면 77년의 3억 원은 정말로 큰 돈이었을까요? 제 기억에 따르면 77년은 우리에게 역사적인 해로 기억되는데, 그 해에는 100억 달러의 수출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7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우리나라의 수출은 다른 나라보다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77년의 3억 원은 현재로서는 약 200억 원 정도에 해당합니다. 200억 원으로 강남 아파트를 몇 채 살 수 있을까요? 2015년에 분양된 래미안 대치 팰리스의 전용 면적 25평 아파트를 6채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이는 물가 상승 이상으로 집값, 특히 강남 집값이 상승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이재에 밝은 이계장도 당시 강남이 이렇게까지 상승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강남 아파트의 결정적인 상승 시기는 70년대 말의 고교 평준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80년대 초반부터 8학군이 인기를 끌게 된 시점입니다. 79년에 분양된 은마아파트의 33평 분양가는 2339만 원이었습니다. 88년 거래가는 7500만 원, 2001년에는 3억 1천만 원, 2019년 말에는 23억 5천만 원으로 상승했습니다. 현재는 약 28억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대략 40년 동안 100배 상승한 것입니다. 우리가 물가가 70배 상승했다고 해서 70배 더 풍족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70배 더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행복과 불행은 사회적인 비교를 통해 결정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강남 아파트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대한민국의 불행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밀수'를 보면서 즐거웠지만, 물가와 집값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슬퍼지는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