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은 눈에서 시작된다. 사오리 엄마의 눈은 아들을 향해 응시하며 불안을 터뜨린다. 아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상처를 가진 몸에 새겨진 괴물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사오리는 노력한다. 초등학생 아들을 홀로 키우는 사오리는 아들이 폭력을 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학교를 찾아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진실이 드러나며, 사오리와 호리 선생님은 아이들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미나토와 요리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버려진 기차간은 미나토와 요리만의 아지트로서 공간적이고 정서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곳을 통해 미나토와 요리는 자신들만의 공간과 감성적인 세계를 키워간다. 또한, 굴다리를 건너야 하는 장면은 아이들의 내면을 대하는 엄마의 심정을 나타낸다. 이 장면은 두 어른이 아이들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괴물'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소환한다. 친구를 좋아하지만 도와줄 수 없어 교실의 물건들을 부수는 마음, 기찻칸에서 운전대를 돌리는 순간의 아름다움, 자기 몸을 차 밖으로 던지는 마음 등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영화는 미나토와 요리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겨진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가 '괴물'이라는 단어 앞에서 이 어여쁜 인간들이 겪은 시간을 회상하게 만든다. '괴물'은 이제 미지의 무언가를 향한 애수와 존중을 담은 단어로 영원히 바뀌었다. 이 영화는 알 수 없는 마음과 상처받은 인간의 형상을 '괴물'이라는 단어에 아로새기는 데 성공한다.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지만, 낯설고 아름답고 여리고 상처 많은 세계가 바로 이곳에 있다. 이것이 영화 '괴물'이 보여주고자 하는 지평일 것이다. 이 작품은 올해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