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윤종신과 코드 쿤스트, "어찌합니까" 임재범 한숨 무슨 일
가수 임재범이 심사 평가를 앞두고 한숨을 쉬며 자신의 히트곡 '고해'의 한 구절을 읊었습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무명가수전' 시즌 3에서는 무대가 끝날 때마다 심사위원들이 난감한 기색을 보입니다. 역대급 실력을 가진 참가자들의 등장에 8명의 심사위원들은 황홀한 표정으로 무대를 즐기다가도, 선택의 순간마다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지는 모습입니다. 이에 심사위원 중 가장 오래된 임재범조차 "심사를 할 수 있게 해줘야 심사를 하지"라며 소심하게 푸념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고통스러울수록 시청자들의 즐거움은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시청률도 매주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첫 회 시청률 4.8%로 시작한 방송은 지난 14일 8회에선 7.6%를 기록했습니다. 수도권은 8.5%였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 속에서 이런 뜨거운 반응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무엇보다 이전 시즌에 견줘 다양한 장르의 실력자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은 싱어게인 1·2를 통틀어 최대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신청 접수, 예심, 제작하는데 시즌 2보다 2배 기간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윤현준 CP는 "참가자 선발에 장르·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다. 굳이 다양하게 안배하려 하지 않아도, 실력이 좋은 사람만 뽑다 보면 장르나 연령대가 다양해진다. 제작진도 흥미로워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이돌이나 트로트는 뽑지 않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종신을 비롯해 임재범, 윤종신·백지영·김이나로 구성된 시니어 심사위원과, 규현·코드 쿤스트(조성우)·선미·이해리로 구성된 주니어 심사위원이 신·구 균형을 이룬다. 관록의 임재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뱉는 "참 잘했어요" 찬사가 짧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작사가 김이나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심사평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다.
선택의 갈림길, 심사위원 사이에 형성되는 팽팽한 견해차도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끌어올립니다. 14일 방송에서 윤종신이 "서로 사이가 나빠져도 '싱어게인3' 심사가 더 중요하다"면서 "8명의 심사위원이 서로 취향과 고집이 굉장히 강하다. (억지로) 합의를 볼 수는 없는 것"이라며 갈등 존재를 인정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에 백지영은 "지금 억지로 화해해도 오늘 끝나면 또 싸우고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감정을 풀기엔) 아직 이른 느낌"이라며 '살벌한' 심사 분위기를 내비쳤습니다. 진작에 윤종신과 한 차례 대립각을 세웠던 코드 쿤스트는 "내 기준에 따라 하겠다. 이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선·후배 관계도 뒷전으로 돌리는 '마이웨이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층 냉정해진 심사 분위기는 참가자들의 간절함을 심사위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애니메이션 OST '질풍가도'의 첫 소절을 부르며 등장한 74호(유정석)의 무대 영상은 유튜브에서 무려 913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반가움을 넘어 울컥했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건강·개인 사정 때문에 음악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74호의 간절함을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들도 크게 공감한 결과입니다.
'싱어게인3'에는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앨범을 한 장이라도 낸 경험이 있는 가수가 출전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사연이 있습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했거나, OST만 부르느라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거나, 대중적인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재야에서는 고수로 인정받는 가수 등입니다. 데뷔는 했지만 원 히트 원더로 남거나, 그마저도 되지 못하고 묻혀버린 가수들도 많습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싱어게인'은 가수들에게 좋은 음악과 공연을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짚었습니다. "다만 대중이 가수 자체에 호응하는 것인지, '싱어게인' 프로그램의 경연 무대 때문에 호응하는 것인지 가수 입장에서는 잘 파악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창력 이외에 다양한 매력 요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