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시대는 끝났고, 세상의 주인은 바뀌었습니다. 7년 만의 <혹성탈출> 시리즈 네 번째 리부트 영화인 . 3부작까지 주인공 시저(앤디 서키스)의 영웅 서사와 유인원과 인간의 대립, 전투, 유대는 본 작품의 세계관을 탄생하도록 만든 전설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서막을 여는 과정과 서사의 흐름은 시저가 등장한 3부작 계승을 잇기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3부작을 요약하는 자막과 시저의 장례와 함께 영화는 시작합니다. 시저가 남긴 규칙과 문화는 잔재가 되어 후대까지 남습니다. 오랑우탄 ‘라카’가 이야기하는 인간과 유인원의 관계,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이었던 세상의 언급은 과거 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군주 ‘프록시무스’가 자신의 통치를 위해 왜곡된 우상숭배로 언급하는 유인원은 뭉쳐야 한다는 구호와 수신호는 ‘시저’의 부름과 2편이었던 속 메인 빌런 ‘코바’가 떠오릅니다.
초반에 쌓는 서사의 구축은 이상적이었습니다. ‘메이’의 존재로 ‘노아’가 소속된 부족의 몰락과 아버지의 죽음이 발생하며, 위기를 겪습니다. 부족의 복위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떠난 여정 중 오랑우탄 ‘라카’와 ‘메이’의 합류는 마치 전작 속 오랑우탄 ‘모리스’와 인간 ‘노바’와 함께한 시저의 영웅 서사가 떠오르듯 ‘노아’가 펼치는 영웅 서사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라카의 퇴장과 메이의 의도가 드러나는 장면은 노아의 영웅 서사를 약하게 만듭니다. 오히려, 메이의 행동과 노아의 친구 ‘수나’와 ‘알랴나’의 도움은 더 큰 영웅으로 발휘할 수 있는 노아의 역량을 방해합니다. 한편, 프록시무스 군주의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것과 달리 악당 역량을 채우지 못합니다. 사악한 지배자보다 인간들의 무기에 강한 호기심을 갖는 괴짜 악당처럼 느껴지고, 오히려 노아의 부족을 불태운 고릴라 부하가 더 악당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프록시무스를 무찌르면서 부족의 부활과 동시에 유인원 측에서 새로운 변혁의 바람이 불 줄 알았으나 오히려 인간 측에서 변화의 시발점을 보여주며 앞으로 후작의 흐름을 예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