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벚꽃이 꾸역꾸역 피어나고 있다. 완연한 봄이 왔다는 신호다. 한풀 꺾인 추위 때문인지 봄만 되면 왠지 따뜻한 분위기의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평소에 좋아하던 범죄 스릴러 장르의 영화도 잠시 제쳐두고, 지금 만큼은 사랑과 다정이 느껴지는 영화와 더욱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에 오늘은 나와 같은 마음일 몇몇 독자들을 위해 봄에 보기 좋은 영화 다섯 개를 추천해보려 한다.
1. 엄마의 공책
이주실, 이종혁 주연의 ‘엄마의 공책’은 30년간 반찬가게를 운영한 엄마 애란의 희로애락 요리 인생을 담은 영화다.
이 영화는 애란이 치매를 맞닥뜨리게 되면서부터 사건과 긴장감이 더해진다. 몸과 마음을 괴롭게 하는 치매를 겪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요리는 여전히 애란의 동력으로 존재한다. 이런 치매환자이자 요리사인 애란의 달콤쌉싸름한 삶을 보고 있으면, 가족과 오래 떨어져있어 엄마의 손맛이 그리운 이들이 뭉클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불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실제로 출간된 ‘엄마의 공책(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기억의 레시피)’이라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깊은 여운을 오래 남기기에 적합하다.
2. 빅피쉬
동화같은 영화로 유명한 팀버튼 감독의 ‘빅피쉬’도 봄에 제격인 영화다. 영화의 주제 자체가 미스테리를 쫓아가는 여정이기에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들이 몰입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인 수선화 프로포즈 씬은 맡아 보지도 못한 수선화 향기가 물씬 나는 듯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처럼 시각적으로도 봄을 훌륭하게 재현한 빅피쉬를 보고, 환상에 대한 신뢰와 마음의 따뜻함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3. 문라이즈 킹덤
스틸컷만 봐도 봄에 모험을 떠나는 느낌이 물씬 나는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문라이즈 킹덤이다. 카키 스카우트 소속 샘의 탈출 사건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흥미로운 모험의 과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특히 이 영화가 봄에 어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웨스 앤더슨의 작품답게 훌륭한 색감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의 스타일링부터 세트장의 분위기까지. 한 컷도 빠짐 없이 담겨있는 신비롭고 오묘한 계절감을 느껴 보길 바란다.
4. 무드 인디고
문라이즈 킹덤에 이어 이번에도 동화 같은 판타지적인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웨스 앤더슨 만큼이나 개성이 짙은 감독인 미셸 공드리 감독의 ‘무드 인디고’이다.
이 영화는 사랑의 전개를 색의 변화로 나타내었다. 신선한 소재와 도전적인 연출이 오묘한 사랑과 아픈 감정을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독특한 소품들이 많이 사용이 되어 뛰어난 미술성을 보이는 영화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봄에 보기 좋다.
5. 나의 소녀시대
사실 필자는 클리셰 가득한 로맨스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봄이라면 유한 마음을 가지고 로맨스 영화 하나 정도는 봐줘야 하지 않겠는가. 로맨스 영화의 대명사인 ‘나의 소녀시대’는 봄에 피어나는 풋풋한 사랑을 느끼기에 적격이다.
귀엽고 유치한 줄만 알았던 사랑이 진지해지는 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벚꽃 잎이 흩날리면 괜히 사랑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고들 한다. 그런 마음이 든다면 그저 무모하게 발품팔 듯 사랑을 찾기보다 ‘나의 소녀시대’ 속 주인공들처럼 섬세한 마음으로 천천히, 성숙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