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저널 Cell에 발표된 연구에서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원들이 ‘TRPC5’라는 유전자의 결핍 또는 손상이 비만, 행동 문제, 산후 우울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옥시토신이 이에 대한 잠재적인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비만과 산후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중요한 건강 문제다. 10명 중 1명의 임산부가 출산 후 1년 이내에 산후 우울증을 겪으며, 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8명 중 1명에게 나타날 뿐 만 아니라 1990년 이후 발병률이 두성인에서 두 배로 증가하고 있어 높은 위험도를 보인다.
이번 연구는 TRPC5 유전자가 결핍하고 심각한 비만과 불안 및 행동 문제를 가진 두 소년을 중점으로 했다. X 염색체에 위치한 TRPC5 유전자는 시상하부를 통해 감각 신호 감지와 식욕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이 소년들은 비만과 산후 우울증을 모두 경험했던 어머니로부터 TRPC5 유전자가 결손된 X염색체를 물려받았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이 비만, 행동 문제, 산후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손상된 TRPC5 유전자를 보유한 생쥐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유전자가 손상된 수컷들은 체중 증가, 불안, 사회적 상호작용 회피, 공격 행동 등의 증상들을 보였고, 암컷 또한 행동 문제, 산후 우울 증상, 그리고 모성애 장애를 보였다. 이 연구 결과는 TRPC5 유전자와 증상들 사이의 연결점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연구원들은 TRPC5 유전자가 옥시토신을 생산하는 옥시토신 뉴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옥시토신은 애정과 유대감 등과 관련된 호르몬으로, “사랑 호르몬”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옥시토신 뉴런의 TRPC5 유전자를 제거하자, 생쥐는 불안, 사회성 장애, 과식 등 부정적 영향을 보였으며, 암컷 쥐 또한 산후 우울증과 유사한 증세를 보였다. 이 증상들은 TRPC5 유전자를 복원한 뒤 감소했다. 이는 옥시토신이 TRPC5 유전자가 손상 또는 결핍된 사람들을 위해 치료법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 사다프 파루키(Sadaf Farooqi) 박사는 “우리는 오랫동안 시상하부가 인간과 동물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본능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TRPC5가 시상하부에 있는 옥시토신 뉴런에 작용하여 우리의 본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