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캐나다도 꽂혔다…골칫거리 불가사리로 200억 번 한국 기업
눈 많이 내려 제설제 사용 증가…환경오염 우려
불가사리 뼛조각 넣자 부식↓"제설제 24% 수준"
캐나다 연구팀서 불가사리 제설제 효과 연구
눈 소식이 반가운 기업이 있다.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스타스테크(STARSTECH)다. 설 연휴 동안에도 일부 지역에 눈 또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나오면서 스타스테크의 공장은 연휴 직전까지 바쁘게 돌아갔다. 심규빈 스타스테크 이사는 "설 연휴를 앞두고도 매일 500톤에 달하는 많은 물량의 제설제가 전국 지자체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의 제설제가 주목받는 건 제조 과정에서 독특한 재료를 넣기 때문이다. '바다의 해적'으로 불리는 불가사리다. 국내 연안에 서식하는 일부 불가사리 종은 어패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등 포식성이 강해 바다를 황폐화하고 양식장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포획해도 식용으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돈을 내고 해양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2017년 말에 창업한 스타스테크는 지자체가 수매한 불가사리를 공급받아 친환경 제설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자체는 처리 비용을 아끼고, 기업은 공짜로 원료를 구할 수 있다 보니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후 빠르게 성장해 5년 만에 매출 200억 원을 돌파했다. 스타스테크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년 동안 총 232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제설제가 겨울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필수품이 된 지는 오래다. 해마다 제설제 사용량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겨울철(2022년 11월~2023년 3월) 동안 사용한 제설제의 양은 73만 6000톤으로 2020년 겨울철(49만 9000톤)보다 1.5배가량 증가했다. 올겨울에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제설제 사용량이 더 늘었다.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올해 1월 25일까지 사용한 제설제는 약 70만톤으로 집계됐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만큼 지난해 사용량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제설제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제설제 시장에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염화칼슘·염화나트륨 성분의 제설제는 눈을 녹이는 과정에서 염화이온을 배출한다. 이 염화이온이 자동차 부식이나 콘크리트 파손을 유발하고, 가로수 괴사 같은 환경 피해를 일으킨다. 이 기업이 제설제 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불가사리를 활용해 제설제가 환경에 미치는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스타스테크는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뼛조각으로 부식 억제 효율을 높인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했다. 스타스테크에 따르면, 불가사리 제설제를 썼을 때 콘크리트 파손율은 염화나트륨 제설제의 24% 수준이다. 김동영 스타스테크 팀장은 "기존의 친환경 제설제는 부식을 억제하기 위해 부식방지제를 넣는데, 넣은 만큼의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며 "불가사리의 뼛조각은 안이 뚫려 있는 다공질로 돼 있어서 부식방지제와 상호작용을 통해 부식 억제 효율을 굉장히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국으로 불릴 만큼 적설이 많은 캐나다에서도 한국의 불가사리 제설제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칼턴대에서는 스타스테크로부터 제설제 샘플을 받아 제설 효과와 콘크리트 부식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칼턴대 첨단도로 및 교통공학 연구소(ARTEL)의 미첼 로러는 "(대체 제설제가) 초기 투자 비용은 더 많이 들 수 있지만, 차량과 도로·교량·인도 같은 인프라의 수명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스테크도 전 세계 제설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심 이사는 "국내 시장을 넘어 코카콜라가 원액을 전 세계에 팔듯이 불가사리 추출 성분 등을 담은 핵심 원료를 북미와 일본 등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