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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2월 24, 2024

연못에서 바다로 향하는 클레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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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아마슈켈리-바르샤크 감독의 영화 ‘클레오의 세계’가 1월 3일 개봉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쁘띠마망’의 제작진이 참여하여 개봉 전부터 기대를 자아낸 ‘클레오의 세계’는 제 76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개막작, 제 67회 BFI런던영화제, 제 71회 멜버른국제영화제, 제 31회 함부르크영화제, 제 19회 취리히영화제, 제 40회 선댄스 영화제 등 유명 영화제에 초청 받으며 입지를 다졌다. 또한 1월 20일 기준, 로튼토마토 지수 100%를 유지하며 개봉 3주차까지도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클레오의 세계 포스터 2

‘클레오의 세계’는 아이 클레오와 유모 글로리아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게 격변하는 뜨거운 여름을 함께 보내며 사랑에 대해 알아가는 둘의 모습은 그 어느 태양보다 뜨거워 보인다. 클레오와 글로리아의 관계에만 매몰되지 말고 둘의 성장과 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주변인의 모습도 함께 분석해보며 관람하면 관계와 사랑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글로리아의 피가 섞인 자식이지만 어째서인지 클레오보다 받은 사랑이 부족해보이는 페르난다와 세자르의 모습은 경제 이민자의 삶과 그의 가족이 처해있는 환경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을 말해보자면, 그 첫 번째는 애니메이션과 결합한 독특한 연출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몰입이 깨질 수 있는 실험적인 연출 방식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애니메이션 삽입 연출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하는 클레오의 심오한 마음을 프레임 단위의 페인팅을 통해 그려냈다. 섬세한 붓질과 효과음으로만 묘사되는 클레오의 감정은 밀물처럼 관객의 마음에 밀려들어가기에 충분하다.

클레오의 세계 애니메이션

다음으로 흥미로웠던 건, 편견을 깨는 요소를 다수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짧은 머리에 곱슬머리, 늘 활동하기 편한 옷차림에 공 놀이를 즐기는 활발한 클레오는 우리 편견 속 남자아이의 모습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부터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클레오가 여자아이라는 사실이 전달되고, 이는 클레오가 남자아이라고 생각했던 관객의 편견을 타파시킨다.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나조차도 클레오가 남자아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는 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편견에 지배받지 않을 것을 경고하는 듯한 제작진의 연출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 클레오가 프랑스에서 다니던 유치원의 선생님이 남자였다는 사실도 주목할만하다. 유치원 선생님은 여성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반하는 캐스팅은 클레오를 통해 드러낸 편견 타파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무엇보다 지난 해, 프랑스에서 공문서에 중성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던 사례가 있다. 언어에서부터 젠더구별이 존재하는 프랑스에서 이 영화가 개봉 했다는 것은 단순히 편견을 깬 연출을 넘어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클레오의 세계 스틸컷2 1

나는 이 영화를 기사의 제목처럼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연못에서 향하는 클레오의 세계.

도시의 유치원이라는 작은 연못에만 살던 클레오가 바다를 건너 유모 글로리아가 사는 섬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생활하며 관계와 사랑과 자아에 대한 깨우침을 얻고 성장한다. 영화 내내 끼고 있던 안경을 벗어두고 바다로 몸을 던진 행위도 그저 우발적인 아이의 사고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결정한 첫 선택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클레오는 연못에서 호수로, 호수에서 강으로, 강에서 바다로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클레오 뿐만이 아니다. 유모 글로리아도 점점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클레오를 지켜보고 보살피며 새로운 배움을 얻는다. 어린 아이와 어른의 관계에서 어른만 늘 희생하고 사랑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어른도 아이에게 더할 수 없이 큰 사랑을 느끼며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그와 동시에 돈을 벌어야한다는 이유로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던 자식들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하며 양육과 가족 생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원작 제목의 한국어 번안이 훌륭하다는 걸 알게 되는 ‘클레오의 세계’. 동시에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던 “독립에는 사랑이라는 대가가 따른다”라는 철학적인 말의 의미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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