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오뜨 꾸뛰르와 기성복의 경계가 모호한 도시로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파리는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기 침체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디자이너들은 창의성과 상업성을 균형있게 조화시킨 옷을 선보이고 있으며, 여성들을 매료시키는 가방들도 브랜드마다 다수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항상 '나만의 방식'을 고수하는 디자이너들도 있습니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얇은 스타킹 원단으로 런웨이를 채웠으며, 릭 오웬스는 독특한 SF적 상상력을 컬렉션에 담았습니다.
2024 F/W 파리 패션 위크에서는 두 가지 키워드가 주목받았습니다. 첫 번째는 '아카이브'입니다. 셰미나 카말리는 1970년대 칼 라거펠트 시절의 끌로에를 회상하며, 션 맥기르는 알렉산더 맥퀸의 1995 S/S '버드'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아카이브는 데뷔 쇼를 앞둔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에게 안전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닙니다. 미우치아 프라다처럼 매 시즌 자기 복제에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지방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자리를 대신한 디자인 팀이 클래식 꾸뛰르에 집중하여 호평을 받았으며, 샤넬의 버지니 비아르와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인기 아카이브를 선보였습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루이 비통 하우스에서 10주년을 맞아 자신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했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K-셀러브리티'입니다. 한국 스타들이 파리에 초대되었으며, K-팝 팬들의 규모는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파리를 찾았고, 지젤이 로에베의 얼굴로 발탁되었으며, 에스파는 브랜드 앰배서더가 되었습니다. 필릭스는 루이 비통 런웨이에 섰을 뿐 아니라 정호연과 함께 피날레를 이끌었습니다. 이는 K-셀러브리티의 엄청난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디자이너들이 K-스타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전략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아시아 프레스의 자리는 여전히 메인 무대에서 벗어나 있어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스키아파렐리에는 셀러브리티와 꾸뛰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입을 수 있는 일상적인 옷 역시 하우스의 일부입니다." 다니엘 로즈베리의 말처럼 실용적인 기성복은 위기에 빠진 파리 패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고유한 색을 입힌 실용적인 기성복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