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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12월 25, 2024

3년 동안 멈춰있던 화장을 다시 시작했다. (05화)

Beauty3년 동안 멈춰있던 화장을 다시 시작했다. (05화)

2020년 초, 코로나가 발발한 후로 화장은 사치품이 되었습니다. 마스크에 묻어나기만 하고, 예민한 피부를 가진 저는 마스크와 화장, 기타 이유로 피부염에 시달렸습니다. 일상에서 화장을 강요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맨 얼굴로 나가는 날은 옷을 입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이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2일, 3일이 지나니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화장 시간에 아침밥을 먹거나, 더 자는 것을 선택하며 편안함에 익숙해지고 있었습니다. 마스크와 친해지면서 화장품과는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화장을 안 한 지 3년이 넘었습니다. 경조사 등 화장이 필요한 장소에 가야 할 때는 화장을 하지만, 일상에서는 사치였습니다. 아침밥과 잠에 더 시간을 할애한 이후로 화장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작년 10월, 신혼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화장대를 구입했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화장대가 필요 없었지만, 가구를 보러 갔다가 전시품 세일을 해서 화장대를 샀습니다. 화장대가 도착하고 정리를 하다보니 내 화장품들이 하나 둘씩 드러났습니다. 많았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평생 발라도 죽을 때까지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용기한은 이미 지났겠지만, '가네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가루 네버 다이. 가루는 죽지 않습니다. 죽을 때까지 함께 갑니다. 화장품 서랍에 갇혀있는 이 친구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기로 했습니다. 화장품이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지만,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이들도 빛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윈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며 출근하기 싫었던 날, 화장대에 앉았습니다. 신혼여행에 가서도 화장을 하지 않아 프로필 사진으로 쓸 만한 사진이 없다고 투덜거리던 저가 화장을 하려고 화장대에 앉았습니다. 조심스럽게 화장품을 하나하나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피부에 파운데이션을 과하게 바르고, 실수한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하니까 적당량을 잊었습니다. 그리고 내 화장이 너무 두꺼운 것 같아서 지울 시간은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눈썹을 그렸습니다. 다행히 눈썹을 창조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손쉽게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맘에 드는 립을 발랐습니다. 섀도, 아이라인, 뷰러까지 완성했습니다. 출근화장에는 마스카라를 생략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마스카라를 번지지 않게 바르는 법을 익히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줄 블러셔를 발랐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느낌일까요? 오랜만에 화장을 하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어릴 때 인형에 화장을 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화장이 놀이 같았습니다. 재밌었습니다. 화장품 중에서도 블러셔를 가장 좋아하는데, 오늘 고른 블러셔를 바르고 나니 내일 바르고 싶은 블러셔가 생기는 거예요. 왜 볼은 두 개뿐일까요..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최소 5분에서 최대 15분이면 풀 메이크업이 완성됩니다. 그렇게 다음날에도 화장대에 앉고 2개월 동안 거의 매일 화장을 하고 출근했습니다. 화장에 재미를 느껴서 화장 소도구도 구입하고 새로운 파운데이션도 샀습니다. 어릴 적에는 유행템만 따라 샀지만, 이제는 내 취향이 확고해져서 화장품 하나도 내가 선택합니다. 저는 많이 성장했습니다. 동료들은 "결혼하니까 여유가 생기나 봐? 화장도 하고 다니고!"라고 말합니다. 그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화장을 하고 거울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저를 보며 남편이 놀랐습니다. "진작에 좀 하지 그랬니~?" "나 예뻐???????????" 신혼부부 분위기를 내며 준비하는 출근시간이 귀여워 보입니다. 요즘에는 여성만 화장을 하고 돈을 쓰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처럼 화장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장은 내 얼굴에 올라가는 화장품처럼 무기력한 기분을 상쾌하게 해줍니다. 자기만족을 위해 화장을 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주는 2번이나 화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요. 세상이 피곤하게 이리저리 편가르면서 싸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화장을 했는데 어디가 이상하다고 지적하거나, 안 했다고 예의가 없다고 비난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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