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구본창의 회고전이 한창이다.
작품 500여점, 자료 600여점을 소개하는 이번 회고전은 그의 유학시절부터 가장 최근까지 그의 삶 모든 부분들을 총망라하여 보여준다.
구본창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기업에 취직했지만 반년만에 그만두고 독일 유학길에 오르며 사진 작가로서 성장하게 되었다.
구본창의 사진은 대상의 존재와 시간을 잘 드러낸다는 특징이 있다.
대게 사진은 시간을 박제시켜 우리가 정지된 대상을 보게 된다고 알고있으나, 구본창은 시간의 중첩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사진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는 피사체와 자신을 한 공간 안에 담음으로써 대상과 자신을 동시간대에 담게 하고, 감상자들이 이를 느낄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장치를 더해준다.
이를테면 그의 작품 <DMZ>(2010-2019)에서 철제 모자를 뚫고 들어온 총알 자국, 수류탄으로 인해 뿌옇게 된 안경알 등 말이다.
이 장치들은 그 대상의 시간에 생동감과 사실성을 부여하고, 우리를 그 시간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구본창은 이렇듯 대상과 사진가, 감상자의 시간을 모두 한 공간 안에 둔다는 점에서 동시대성을 잘 드러낸다 볼 수 있다.
이번 그의 회고록도 이전의 작품과 다르지 않다.
그가 겪어왔던 모든 삶의 흔적들을 우리가 직접, 그 시간과 공간 안으로 들어가게 해주고 있다.
전시는 크게 <호기심의 방>에서부터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을 거쳐 <열린 방>으로 끝난다.
그의 전시는 크게 보면 그의 삶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고 있다.
첫번째 호기심의 방에서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모아오던 수집품들을, 모험의 여정에서는 그의 독일 유학 시절을, 하나의 세계와 영혼의 사원에서는 그가 서서히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세계에 주목받기 시작했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열린 방은 다시 그의 독일 유학 시절과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데 원천이 되었던 자신의 초기 작품들을 다시금 보여준다.
이는 그의 항해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잃어버렸던 대상의 시간을 찾아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던 구본창.
이제 다시 닻을 올리기 시작한 그의 항해를 따라, 이번 주말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