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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2월 24, 2024

영화 ‘인턴’과 비교해보는 우리의 노후 생활과 그에 대한 고찰

Arts and Entertainment영화 '인턴'과 비교해보는 우리의 노후 생활과 그에 대한 고찰

인턴. 회사나 기관 따위의 정식 구성원이 되기에 앞서 훈련을 받는 사람. 또는 그 과정을 뜻한다. 이 영화는 인턴이라는 단어를 더 넓게 해석하도록 해준다. 벤은 전화번호부 회사를 퇴직하고 아내와 사별한 후 세계 일주, 요가, 요리 수업 등 해보고 싶었던 일을 모두 해보았지만 어딘가 허전함을 느낀다. 이에 벤은 일을 함으로써 얻던 인생의 원동력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자 줄스가 CEO로 있는 패션회사에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 처음에 벤은 노인이라는 이유로 줄스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벤이 70년 동안 쌓아온 인생 내공과 사회 경험은 아직 CEO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여러 방면으로 불안정한 줄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런 벤 덕분에 줄스는 가정과 회사에서 한층 나은 본인의 모습의 보여줄 수 있게 되었고, 늘 불안하고 정돈되지 않았던 자신의 내면과도 타협할 수 있게 되었다. 줄스는 그런 벤과 사장과 인턴 관계를 넘어선 관계로 오랫동안 함께하게 된다. 벤은 패션 회사라는 공간에서 CEO인 줄스에게 인턴이고, 줄스는 인생이라는 공간에서 인생 선배인 벤에게 인턴이다. 이렇게 벤과 줄스는 서로가 서로의 멘토이자 인턴이 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노후 생활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만 있을까? 벤은 인턴 채용 당시 70세였다. 벤은 20대보다 더 뛰어난 처세력을 가지고 있었고,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였음에도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하여 회사를 청소하기도 했다. 벤의 나이가 70세라고 극중에서 제시하지 않았으면 벤의 나이는 많아도 5-60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70세가 이렇게 활동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고 단언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기 드문 70세의 삶이라 조금은 이질감이 들었다는 걸 말하려는 것이다. 올해로 68세를 맞은 나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74세를 맞은 친할머니만 떠올려 봐도 그렇다. 과연 세 분은 당장 다음 주부터 벤처럼 완벽히 인턴 생활을 해낼 수 있을까? 아마 굉장히 힘든 과정의 연속이 될 것이다. 인턴 생활을 하기엔 세 분에게 장애물이 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우선 할머니 두 분은 벤처럼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다. 두 분뿐만이 아니라 두 분의 친구들 얘기만 들어봐도 그렇다. 여태껏 할머니들께서 했던 일이라곤 오직 가정의 일밖에 없었다. 그래서 집안일을 제외한 사회의 업무들은 거의 할 줄 모르신다. 외할아버지도 예외는 아니다. 몸이 성한 구석이 없어 벤처럼 근무 시간 내내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하거나, 비서 역할을 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운전을 하기에도 큰 무리가 있다.

한 가지 더, 노후 생활이 벤처럼 아름다울 수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의 이유는 경제력 때문이다. 벤은 줄스네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기 전, 경제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해 볼 수 있었다. 인간은 경험으로 빚어진다는 말이 있다. 벤이 회사 내에서 최고 인기 사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줄스에게 인생의 조언을 줄 수 있었던 것도 아마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그 경험들 속에서 얻은 교훈 덕분일 것이다. 그러다 문득 버킷리스트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 버킷리스트는 자수성가했지만 성질이 괴팍하여 주변에 아무도 없는 잭과 평생을 가족을 위해 힘든 정비일을 하며 살아온 카터가 죽음을 앞두고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함께 모험하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카터가 심심풀이 삼아 작성한 버킷리스트는 경제력을 요하는 것들이 많았고, 가진 게 돈밖에 없는 잭은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데 필요한 돈을 대주는 대신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잭의 경제력 덕분에 카터는 잭과 함께 죽기 전 소중한 버킷리스트들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카터가 잭을 만나지 못했다면 카터는 그 버킷리스트들을 이룰 수 있었을까? 인턴의 벤도 그러하다. 벤의 경제력으로 얻은 삶의 여유가 없었더라면 이토록 성공한 인턴 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 미지수다. 앞에서 예시를 들었던 나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친할머니는 충분한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벤과 같이 충분한 돈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인생의 가치들은 느껴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세 분은 벤처럼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경험에서 나온 조언과 인생의 교훈들을 알려줄 수 있는 능력은 갖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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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마냥 허약하여 보호해야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부터 극 중 노인의 노후 생활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까지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어떠한 형태이든 아직 노년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작품 속 노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노인의 모습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더 섬세한 시선을 가지고 면밀하게 작품이 담고 있는 노인의 모습에 집중 할 필요가 있다. 또, 실제 사회에서 많은 노인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 벤처럼 자유롭고 유연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의 경제적,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는 것도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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