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사는 한인들 사이에서 러시아 미용실에 대한 악명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남성들은 대부분 한인 이발소를 찾아가 머리를 자르는 경우가 많고, 여성들은 한국에 갈 때마다 염색이나 파마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셀프로 머리를 자르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에 저도 한번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악명이 있어서, 머리를 자르러 가는 것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의 생활이 좋아지고, 미용 수준도 올라간 것 같아서 한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2년 만에 미용실에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였습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한국에 가는 날만 기다리며 머리를 안 할 수 없어서, 잘하는지 봐서 괜찮으면 계속 다녀야지 하는 마음에 예약하고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앉아보니 내 머리가 두껍고 길어서 26만 원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12만 원 정도였던 중간 길이 염색을 예약했는데, 26만 원은 예산을 넘어섰습니다. 심지어 단순 염색인데도 26만 원이라니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렴한 약으로 해달라고 요청했고, 15만 원 정도로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염색을 잘 해준다면 가격은 감수할 수 있으니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염색약을 바르는 과정에서 뭔가 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염색을 잘 모르는 사람도 두피 쪽은 열이 많아 약이 잘 먹어서 나중에 발라야 하는 걸 알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두피만 노래지고 밑부분은 약이 하나도 안 먹었습니다. 머리 안쪽은 노랗고 겉은 검은색이 되었고, 어떤 구간은 층도 졌습니다. 얼룩덜룩해진 머리를 보고 집에서 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럴 거면 왜 26만 원을 내야 하는 건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염색을 다시 해주겠다고 했지만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말에 더욱 화가 났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2배나 부담해야 하는 건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미용사는 사과 한 마디 없이 뻔뻔하게 말했습니다. 결국 그가 공짜로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미용사는 분노한 듯이 머리를 빗고 분무기와 염색통을 내리치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미용실 매니저가 지나갈 때 미용사에게 화가 나서 그런 건가요?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라고 말했더니 미용사는 매니저 눈치를 보며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사과 한 마디 없이 당당한 미용사 태도에 저도 화가 났습니다. 내가 원하는 머리를 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두 번째로 하는 작업이 탈색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머리를 감고 보니 머리가 상당히 손상되어 있었습니다. 미용사는 다시 원하는 머리색으로 덮어주겠다고 했지만, 매니저가 퇴근을 해버려서 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미용사는 매니저에게 음악을 꺼달라고 했지만, 그렇게 매니저가 나가니까 남자 미용사의 분노한 염색작업만이 계속되었습니다.
나와 함께 화가 난 남자와 함께 있으면 무섭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러시아 미용실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세 차례의 염색 작업을 거쳐 머리가 끝났습니다. 분노한 염색 작업만 있었지만, 해코지 같은 일은 다행히 없었습니다. 미용사의 친구는 나갈 때 문을 열어주었고,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남자 둘과 함께 있으면 당연히 무섭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윗부분은 까맣고 밑은 밝아진 머리로 염색 작업은 끝났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머리는 아직 한국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K-뷰티가 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