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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2월 26, 2024

풍경 위를 떠다니는 상자

Arts and Entertainment풍경 위를 떠다니는 상자

양평사색

지극히 단순한 상자는 무심한 표정을 절절히 드러낸다. 하지만, 공중에 떠 있는 형태로 푸른 숲과 아래로 펼쳐진 마을과 하늘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주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이다. 마치 애살있는 태도로 주변을 파노라마처럼 훑어보는 것이 무심함과는 멀어 보이기도 한다. 그 심정을 아는지 주변의 풍광이 성큼성큼 안으로 밀려들어 온다.

주말 저녁 무렵에야 비로소 불이 켜지고 분주해 지는 집이다. 서울에서 저마다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 쉼과 충전, 반려견을 포함해 친구들과의 주말 파티를 기대하는 두 가정을 위한 주말 주택이다. 단순한 형태, 마을을 바라볼 수 있는 큰 창, 마당으로 확장 가능한 넓게 열려 있는 주방과 거실, 풀장, 친구 사이인 두 가정의 건축적 요구사항들이다.

1층을 투명한 전면 유리로 마감한 이유다. 열린 창으로 둘러싸여 있는 덕분에 사방에서 마당이 그리고 주변 풍경이 파도처럼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시각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내부 공간이 자연스레 외부 마당으로 확장되고 있다. 거실에서 훤하게 열린 마당을 바라보면, 시선을 따라 노출콘크리트의 담장과 건물 앞으로 큼직하게 튀어나와 있는 기다란 처마선이 운치 있는 프레임을 연출한다. 두 요소의 합작으로 10대 1 정도의 울트라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로 풍경이 정리되어 멋스러운 전망이 펼쳐져진다.

더불어 실내 곳곳에 중정들이 비밀스럽게 자리하고 있어서 빛과 바람과 풍경은 내부 공간 깊숙한 곳까지 자리하게 된다. 노출콘크리트 담장은 외부의 시선을 가려 주어 프라이버시 보호막으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1층이 투명하다 보니 2층에 앉아 있는 육중한 직육면체가 시각적으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극대화되고 있다.

2층 상자는 남향과 서향으로 각각 4.5m와 2.7m 규모의 캔틸레버 구조로 내밀어진 형태다. 특히, 4.5m 캔틸레버 구조는 깊이 있는 테라스, 시원한 처마선, 육중한 매스의 공중 부양 등을 만들어 내며, 매스가 마치 풍경 위를 부유하는 듯 극적인 건축적 풍경을 연출해 내고 있다. 이를 위해 단독주택으로서는 흔치 않게 별도로 구조 심의를 받았을 정도다.

집은 다채로움을 장착한 사색四색의 공간이기도 하고, 주변 환경과 조우하는 데 있어서 깊은 헤아림을 담은 사색思索의 공간이기도 하다. 사각의 떠 있는 매스와 숨겨진 사각의 중정들이 정갈하게 엮여 있는 이 집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이름이다.

작품명: 양평사색
위치: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설계: 건축사사무소 봄 건축연구소
설계팀: 김유홍 (책임 건축가)
시공: 주.정담건설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524m²
건축면적: 178.2m²
연면적: 209.47m²
건폐율: 34.01%
용적률: 39.98%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 마감: T15 벽돌타일, 이건창호
완공: 2023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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