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을 일으키는 환각버섯속 버섯의 주요 성분인 ‘실로시빈'(psilocybin)이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7일, 학술지 ‘네이처’에 워싱턴 대학교의 신경과 의사인 니코 도젠바흐 (Nico Dosenbach) 박사를 포함한 연구진이 실로시빈에 대한 뇌의 작용을 확인하는 논문을 게재했다.
실로시빈이 있는 버섯을 섭취한 사람은 섭취시 시공간과 자기인식에 대한 감각이 왜곡된다고 알려져있다. 이 약물은 과거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겨져 연구에 쓰였었지만, 미국 연방법에 따라 금지됐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로시빈에 대한 규제가 일부분 완화돼 지속적으로 우울증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연구팀은 실로시빈이 뇌 네트워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기 위해 참가자들의 뇌 변화를 관찰하고 주관적인 경험과 연결을 짓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는 도젠바흐 박사를 포함한 18세에서 45세 사이 건강한 성인 7명이 참여했다. 에게 환각 효과가 있는 실로시빈이나 메틸페니데이트를 고용량으로 복용하도록 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전문가 한 쌍이 체험 내내 참가자와 함께하며 안내와 지원을 제공했다.
임상 실험은 도젠바흐 박사를 포함한 7명이 참여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약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환각 버섯 활성 성분인 ‘실로리빈’ 25mg, 또는 ADHD 치료제로 쓰이는 각성제 리탈린 40mg을 투여했다. 실로시빈 25mg은 환각 증상을 보일 수 있는 높은 용량이고, 리탈린 40mg은 가벼운 각성 효과를 유발할 정도의 양이다.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전문가들이 실험 동안 참가자와 동반했다.
연구원들은 모든 참가자들의 뇌를 최대 3주까지 실로시빈 복용 전, 복용 중, 그리고 복용 후에 18번회의 자기공명영상(MRI) 스캔했다. 1차 약물 투약 6~12개월 후에는 연구 참여자들 중 4명이 실로시빈 추가 투여를 받았다.
실험 결과, 실로시빈은 뇌 네트워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리탈린을 투여한 참여자보다 실로리빈을 투여한 참가자에게서 3배 높은 뇌 활성 패턴이 관찰됐다. 뇌가 다른 부위와 재연결되면 빨간색 또는 주황색으로 표시되는데, 연구의 MRI 영상에서는 뇌 대부분이 붉은색이다. 실로시빈은 리탈린보다 3배 이상 눈에 띄는 변화를 일으켰고, 이 상태가 몇 주 간 지속됐다. 또한, 실로시빈은 대뇌 피질과 피질 하부의 기능적 연결성(functional connectivity)을 방해하고 뇌가 작업하지 않거나 휴식할 때 활성화되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의 구분 경계를 없앴다.
연구진은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환각 증상을 만들지만, 뇌가 장기적으로는 더 유연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 질환 등으로 사고나 행동 패턴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